뜬금없이 시작하기 글 속으로 뛰어들기에 적절한 곳, 안전한 곳은 없다. 로저 로젠블랫은 글쓰기 수업에서 강의하다 뜬금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학생들은 정신 나간 사람을 보듯 그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는 다시 한번 그 노래를 부른 다음, 머릿속에서 "평생 들어온 이 지긋지긋한 축하곡"이 울리는 가운데 글을 시작해 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그가 또 한 번 노래를 부르면 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 그러나 출발점이 언제나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언제나 입구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옆문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 애비게일 토머스 '작가의 시작', 바버라 애버크롬비 7페이지. Joseph Banowetz가 연주한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를 듣는다. 그제..
우리 반에서 괜찮은 애는 두 명이야. 1등은 재현이고, 2등은 너야. 재현이, 너무 하얗고 귀엽게 생겼지 않았어? 너는.... 이후의 말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아예 나를 언급하지 않았었을 지도 모른다. 열한 살의 일을 성인이 두 번은 되고도 남은 나이에 정확하게 기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다만 나에게는 아직도 열한 살의 소년이 그대로 있고. 그 소년이 2위였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던 기억을 만들어 내지 않았으리란 자신은 없다. 손소정. 입술 바로 위 오른쪽 인중에 까만 점이 있었다. 그 점이 열한 살이 보기에도 광장히 개성있고 예뻐 보였다. 소정이는 정말 잊히지 않을 만큼 까맣게 예뻤다. 지금은 그 애가 까만 점으로 남아있다. 나의 뇌하수체 어딘가에서, 그냥 까만 점으로. 별명은 마돈나였던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일 수 있다. 두려워서거나 사랑해서. 두려워서 열심히 할 땐 결과가 중요하고, 사랑해서일 땐 과정이 중요하다. 두려워서일 땐 되는 것이, 사랑해서일 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려워서 열심히 하려는 사람에게는 쫓기듯 촘촘하게 노심초사 ‘어떻게’가(어떻게 하면 그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그에겐 언제나 doing이 관건이다. 하지만 사랑할 땐 ‘왜’ 또는 ‘무엇’이 중요해진다. 왜 그것을 하려 하는가, 내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그에겐 너무나 자연스럽게 Being이 중요하다. 두려움은 말하고 싶어하지만 사랑은 듣고 싶어한다. 두려움은 설복시키기를 원하지만 사랑은 오히려 능청스럽게 져주기를 기뻐한다. 두려움은 소유해야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