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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피
찬 물로 샤워를 하고, 국진이빵을 한 입씩 베어문다. 차가운 핸드드립 커피를 들이키고 눕는다. 선풍기가 나의 맨 살을 간지럽히듯 뒤덮고, 라디오에서는 FM영화음악이 흘러나온다. 완벽하다. 내일 설교라는 것만 빼고는. https://open.spotify.com/track/2loAdBnjOUb9B64pbviZ7N?si=joITdf8eRea37wkqmQr6YQ Nocturne in E minor, Op. 72, No. 1Frédéric Chopin, Janusz Olejniczak · Song · 1995open.spotify.com 그리고 좀 쉬다가 일어나서, 얼개만 써놓은 원고를 다듬고 채워넣고 새벽 내 성경 구절과 인용 글귀 등의 감수를 해야 한다는 것만 빼고는. 더할 나위가 없다. 적어도 지금 이 새..
피씨방 일을 도와주던 어느날이었다. 할 줄 모르는 가족의 피씨방 일을 닥치듯이 이것저것 하고 있을 때였는데. 몇일 간 밤을 지새며 도왔던 날들 속에서 한 장면이 나의 마음 속에 깊숙이 남게 되었다. 에어콘이 세차게 돌아가는 서늘한 지하에서 피씨 방 일을 하다 보면 밖이 날씨가 어떤지, 지금이 몇 시인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잊고 어떤 암흑의 시간 속에 있게 된다. 몇 날을 해봐도 일은 손에 익숙해 지지 않았다. 마음은 분주하고, 작은 실수라도 하면 그 일을 잊지 못하고 다른 일에도 연달아 집중을 하지 못할 정도의 결벽증이 있던 나는, 그야말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대단할 것 없는 그 일들에 임하고 있었다. 마음도 공간도 어두침침한 피씨방에서, 그렇게 나는 밤을 꼬박 지샜고, 바깥은 어느덧 광명이 ..
비오는 여름추운 올나잍매끄 도나르도에서 꼬박 밤을 지새웠다.더블 치즈 버거 세트를 먹고. 집에서 내려서 가져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마트에서 산 웨하스를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고. 투비 조회수 이벤트에 참여하고, 알라딘 이북 포인트를 적립하고, 모인 포인트로 어떤 책을 살까를 고민하며 보냈다.새벽 내내 통창 밖으로는 축축한 여름비가 내리고 있었다. 꾸벅꾸벅 졸면서, 밤이 새도록 그러고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잣말로 나지막이 욕을 했다.이해할 수 없이 삶에 일어나는 황당하고 부조리한 일들이 자꾸 생각났다.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옷을 갈아입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몇 번씩 깼다 자다를 반복하다가 완전히 깬 것은 오후 네 시경..박기훈이라는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