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수면 시간은 11시간 정도. 무인 카페에서 두 시간 남짓, 집에 들어와서 여덟 시간 남짓. 두어 시간이나 됐을까. 선잠의 선상만을 들락날락거리던 어제의 수면에 대한 보상 작용이었다. 저 여기 들어갈게요. 집에 다 와서, 나는 갑자기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밤 열한 시 즈음이었다. 굳이 백 미터 앞의 집을 놔두고, 골목의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작은 무인 카페에서 마음과 몸을 쉬고 싶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활기를 안고 들어갔지만 이내 추풍낙엽처럼 널부러졌다. 강력한 에어콘 바람에 자켓 깃을 저미며 노트북이 떨어지지 않도록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엎드려 자다가, 도대체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깨달음이 올 즈음 나만큼 카페 단수가 높아보이는 젊은 여자를 혼자 두고 집으로 도망쳤다. 나보다 먼저 들어와..
힘들었던 순간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옛날에.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누군가와 헤어진 지 이제 몇 달 차가 되었던 어느 새벽. 그날들은, 왜 그랬는지. 그 사람과 자주 만나던 동네를 어물쩡거리다가 이제 집에 지하철을 타려면 발걸음을 서둘러야 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였다. 하지만 어쩌다 막차도 놓치고, 버스도 놓쳤다. 남은 건 새벽 심야 버스 뿐이었는데, 왜인지 그냥 새벽을 그 지역에서 새고 동이 트면 지하철을 타고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야 버스가 너무 많은 정거장을 거쳐가야 했기에 힘든 버스에 몸을 싣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날은 그냥 좀 여유를 갖고 카페 같은 곳에서 쉬다가 집에 가고 싶었던 것 같다. 기억나는 것은 너..
앵콜요청만 금지가 아니라 유튜브도 금지다. 라고 말하고 하루에 두 시간은 족히 본다. 시사 평론은 그래도 좀 봐야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느니 클래식 상식은 교양을 쌓는 일이며 쉼에도 도움이 된다느니. 합리적인 이유는 늘 있었다. 인문학이나 커피, 음악, 요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방대한 관심이 많은 그.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숏폼이라고 불리는 짧은 영상은 거의 안 본다는 것. 오늘은 자고 일어나자마자 영롱하고 맑은 아침에 머리 맡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집어 들었다. 특히 한 작가의 소설을 그렇게 읽어보고 싶었다. 그는 젠더 소설가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무엇이든 남김없이 핥아 보고 싶었다. 구강기 아이처럼 무엇이든 집어서 다 혀에 대보고 싶었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위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