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2일 씀. 현혹된 하루살이가 너, 촛불을 향해 날아들어, 따닥따닥 불타면서도 하는 말, “이 불길을 축복하자!” 제 예쁜 여자 위에 몸을 기울이고 헐떡거리는 애인은 제 무덤을 어루만지는 다 죽어 가는 환자 같아라. 만일 네가, — 비로드 눈의 요정이여, 율동이여, 향기여, 빛이여, 오 나의 유일한 여왕이여! — 세상을 덜 추악하게 하고, 순간순간을 덜 무겁게만 해 준다면? 보들레르, 중에서. 늦은 밤 지하철은 한가했다. 나는 Alexandre Tharaud가 연주하는 슈베르트 즉흥곡 3번을 듣고 있었다. 평범하고, 평화로운 귀갓길이었다. 일호선 지하철 막차는 승객이 너무나 없었다. 내 양 옆자리도 모두 비어 있었다. 듬성듬성 앉아있는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스..
배터리는 팔 프로밖에 없다. 나는 나의 방앗간에 있고, 하리보 젤리를 먹고 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힘든 날들을 보내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많은 비였다. 접이식 우산을 썼지만 바지 밑으로, 거의 치골 선 아래로는 다 젖었다. 엉덩이와 로퍼 안까지 축축해졌을 정도다. 김광민이 좋다. 역시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그 두가지가 겹친 날에는 김광민만한 것이 없다. https://open.spotify.com/track/5qs2kn2GzSlEc94bzmPTbW?si=hJqZBcH1QEG1W3QiIwxDUw Here`s That Rainy DayKim Kwang Min · Song · 2007open.spotify.com 좋은 소식 하나는 방에 에어콘을 달았다는 것이..
찬 물로 샤워를 하고, 국진이빵을 한 입씩 베어문다. 차가운 핸드드립 커피를 들이키고 눕는다. 선풍기가 나의 맨 살을 간지럽히듯 뒤덮고, 라디오에서는 FM영화음악이 흘러나온다. 완벽하다. 내일 설교라는 것만 빼고는. https://open.spotify.com/track/2loAdBnjOUb9B64pbviZ7N?si=joITdf8eRea37wkqmQr6YQ Nocturne in E minor, Op. 72, No. 1Frédéric Chopin, Janusz Olejniczak · Song · 1995open.spotify.com 그리고 좀 쉬다가 일어나서, 얼개만 써놓은 원고를 다듬고 채워넣고 새벽 내 성경 구절과 인용 글귀 등의 감수를 해야 한다는 것만 빼고는. 더할 나위가 없다. 적어도 지금 이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