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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피
사람의 재능은 ’괜찮아‘의 자유 속에서 꽃피운다.1. 들풀이 꽃을 피우려면 바람, 햇살, 물이 필요하다. 푸설푸설한 흙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홀로 자취하면서 화분을 몇 개 샀었다. 그중 두 개는 꽃이 화려하게 핀 화분이었는데. 유난히 매혹적이었던 백리향은 일주일 남짓 있다가 꽃이 죄다 져버렸다. 그러다 몇 주가 더 지나면서 풀도 다 말라 사라져버렸다.나머지 화분은 왠만해서는 시들지 않는 선인장 과의 화분이었다. 그 화분도 몇 주 정도 지나면서 꽃이 다 져버렸다. 하지만 선인장 과답게 줄기는 여전히 남아있는데. 그래도 어딘지 늘 허전했다. 처음부터 꽃이 없었다면 모를까, 있던 꽃이 지고 풀만 있으니. 오매불망 다시 꽃이 피기를 바라며 발코니와 거실, 화장실 창가와 방안을 왕복 운반하..
F/W은 알러지성 비염의 시즌이다. 물러설 줄 모르며 기세등등한 콧물과 재채기. 휴지통은 문자 그대로 휴지로 가득찬다. 말간 콧물이 온몸의 진을 빼면 밥을 차려 먹을 힘도 없어 컵라면과 주전부리로 급히 허기만 채우고 만다. 거울을 보니 눈 안쪽까지 빨갛게 부었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걸린 적이 거의 없던 눈병이었는데. 엊그제부터는 두통도 있었다. 누가 왼쪽 두개골에 작은 드라이버를 꽂아 놓고는 몇 초마다 반 바뀌씩 돌리는 것 같았다. 한 번에 확 아픈 것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느껴지는 작은 고통. 그렇게 이삼일 간 지속되니, 모종의 저항할 수 없는 커튼 뒤의 존재로부터 골림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심리적으로도 지쳐갔다. 비염-편두통-건조해지는피부-눈병및각종가려움-안좋은식사-면역력저하-비염. ..
평소 우리가 투박하게 일컬어 신앙이라 부르는 ‘믿음’ 안에 신념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넉넉히 감지하고 있었다. 신앙의 내용이 실은 ‘신념’과 ‘신앙’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신앙이 창조자Creator를 앙모하는 마음이라면, 신념은 창조자의 영역을 넘보는 교만한 인간에 의해 창조된 것creation일 것이다.그것은 무엇보다 첫번째로는 내 안에서, 그리고 두번째로는 나와 동질성을 갖고 있는 내 밖의 사람들에게서 너무나 흔하게 느낄 수 있는 주제였고, 나는 그것의 구별에 엄격하고 보수적인 태도로, 또한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전적 정의로서의 믿음은 신앙과 신념 두 가지를 포괄한다. 그러던 중 우연하고 감사하게도 기독교학 강의를 듣거나 현대신학 문헌을 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