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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피
.사람의 깊이를 알아보려 할 때 내가 가진 나름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속도’를 보는 것이다. 속도와 깊이는 반비례한다. 누군가가 어떤 대상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공부하고 분별하는 속도가 빠르다면. 적어도 내 기준에서 그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 특히 사람에 대한 판단이 빠른 사람이라면 깊이를 가늠하기가 더욱 쉽다. 사람을 속단하는 사람은 그 속도만큼 깊이도 얕다. 개인적 통계에 의하면 예외는 거의 드물었다..청년 시기의 나는 자신이 머리만큼은 무척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논리적 대화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심감이 남치는, 무척 오만한 대화의 태도를 가졌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누군가 나에게 가파른 판단의 말을 걸어오면 그 즉시 논리적으로 설복시키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동시에 나의 행동은 종종 ..
활동은 활기를 더해 준다. 활동이 활동을 부르고 활기가 활기를 부르며.그렇게 활동은 활기가 되어간다.그런가하면 그것은 꼭 깊이와 연괸지어지지는 않을수 있다.깊이는 경험과 사유를 통해 더해진다. 낯설고 고통스럽고 아픈 경험 도중에 영혼에 각인되는 깨달음을 통해 깊어진다. 진중하고 진정한 사유를 통해 깊어진다. 독서는 이 두 가지의 매개가 된다. 그것이 직접 경험하는 일처럼 온전하고 생생하지는 않을지라도 내가 닿지 못한 세계로 멀리 멀리 나를 내보낸다. 또 그것은 나에게 사유의 단초를 제공해 준다. 책을 읽다 멈추어서 책장을 덮고 한동안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한 사람은 각질을 벗고 껍질을 벗게 된다.
무심코 한 동생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의미있는 질문을 받게 된다. ‘저도 든든한 어른이 되고 책임감 있게 살고 싶은데. 그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캄캄하게 느껴져요. 제가 궁금한 게.. 형이 생각하기에는.. 책임감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서 생긴다고 생각하세요?’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그 친구는 정말 막막했다.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서 살 수 있을까,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친구였다. 그 친구를 만나면 늘 해주고 싶은 말이 입안 가득 고였다. 나는 나름대로 그의 가정 환경이나 성장 과정의 개요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던진, 그 순간의 질문은 너무 맑고 엄중하게 다가왔다. 또 그 투명한 의문은 나를 향하게 했다.잠깐, 찰나의 사유를 거친 끝에 입에서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