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떡볶이집에서 튀김과 오뎅을 먹었고, 햄버거 가게에서 찬 콜라와 함께 감자 튀김과 새우 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다시 내달려 카페로 향했다.사인석 쇼파 자리에 자리를 잡고는, 다리를 꼬고 앉아 눈을 감았다. 신해철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했다. 그랬지.. 그랬지.. 그 애가 아이리쉬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나는 오늘처럼 찬 공기를 가르고 실내화를 신고 달려가 그 애를 만나기 전 남자 화장실에서 떨면서 외모를 점검하고 있었지. 문득 눈을 뜨니 한 아줌마가 바로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계셨다. 내 앞에 놓인 테이블은 깨끗했고, 나는 덩그러니 사인석 쇼파의 복도쪽 자리에 혼자 앉아 있었다. 바리스타 바에서는 브류잉 머신을 새로 세팅중이라 이제 막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고..
* 들어가서 커피와 글을 써야겠다.김영하의 글은 뭔가 살고 싶어지게 해.큰 사거리의 신호등을 기다리며 혼잣말을 되뇌였다. 들어가서 커피와 글을 써야겠다. 김영하의 글은 뭔가 살고 싶어지게 해. 속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이것은 너무나 안전한 달달함이다. 풋풋한 청춘의 키스처럼 달콤한 희망의 감각이다. 김영하의 글을 읽다보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전쟁중이어도 달지근한 연애 시절의 희망이 소환되는 듯 하다. 솜씨 좋은 노포의 맛갈난 음식을 다 집어 삼키고 그것들이 뱃속에 머무르고 있을 때의 달달한 내장 감을 느낀다. 건강한 맛이지만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은 설렘의 맛이 체내 유산균처럼 뱃속에서 스스로 생성되어 머무르는 것을 느낀다. 맨발이었다. 다른 곳에 잠깐 들러 다시 집에 들어와서 제대로..
https://www.instagram.com/reel/DDfKfzPOro5/?igsh=YjcyaHk0ZDE3M3g5"7. 하나님이 큰 구원으로 당신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당신들의 후손을 세상에 두시려고 나를 당신들 앞서 보내셨나니" - 창세기 45:7, 개역한글..윤상현, 권성동, 배현진 의원과 같은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나 이진숙,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같은 사람들. 제 주변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 내일도 만날 선량한 사람들. 옆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웃고, 서로를 향해 따듯한 눈빛을 건넬 사람들. 서로를 아끼고 미워하며 판정지을 사람들(그들이 정말 얼마나 착한지 아십니까?). 대통령과 국민의힘 정당을 걱정하며, 나라를 걱정하는 ..
올해 광주에 굵직한 경사가 많다. 문학계에서는 광주 출신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고, 야구계에서는 해태.. 아니 기아 타이거스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그러고보니 대한민국 국민이 받은 두 개의 노벨상 중 나머지 하나는 전라남도 신안 출신의 김대중이 받았다. 박정희,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경상북도, 전두환은 경상남도 출신이다. 찾아보니 22대 국회 경상도권 당선자의 86.2퍼센트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또 서울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가 국민의힘의 든든한 텃밭 지역이다. 경기권에서는 분당, 성남이 그렇다.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교단(장로교), 그 안에서도 가장 큰 두 교파(통합, 합동)를 대표하는 두 교회의 담임 목사(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인디언들은 말을 더듬지 않는다. 그를 신기하게 여긴 학자들이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자들은 그 원인을 이렇게 결론지었다고 한다. 인디언들의 언어에는 ‘말더듬’이라는 단어가 없기 때문에 말을 더듬지 않는다. 프랑스에는 나방이 없다. 프랑스에는 나방과 나비를 구분하는 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비든 나방이든 통칭해 papillon[papijɔ̃ 빠삐용: 나비, 나방 ; 경박한 사람, 변덕쟁이]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그러니까 맛있다와 맛없다란 맛 표현만 할 줄 아는 사람의 세계에는 세상의 다채로운 음식들이 다 맛있음과 맛없음으로 나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는 내게 맛보다 정서로서의 음식이었다. 나의 영혼의 고향은 떡볶이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 그 첫번..
2023년 11월 9일에 작성함.“폴리에스테르 블라우스가 손짓했다.”짙은 회색의 둥근 챙이 달린 모자. 하얀 일회용 마스크. 목의 높이가 낮은, 얇은 자주색 목폴라 티를 속에 받혀 입고 보라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폴리 블라우스를 위에 덧입으셨다. 그리고 모자가 달린 원색 빨간색의 잠바. 등산복 느낌의 폴리 소재 까만 바지. 그리고 안경을 안 써서 잘 못 보았지만 등산화 느낌의 운동화를 신으신 듯했다...1호선. 내가 선 자리 앞에 자리가 나자, 오른쪽 끝 좌석 쪽에 서 계셨던, 지긋한 노중년의 아저씨가 움직이려다가 나보고 앉으라고 손짓하신다. 나는 당연하게도, 괜찮다는 손짓으로 앉으시라고, 손바닥과 손목을 빈자리 쪽으로 열어 보이며 손짓했다.그 사이에 아저씨가 원래 서 계셨던 오른쪽 끝자리에 자리가 났고..
사람의 재능은 ’괜찮아‘의 자유 속에서 꽃피운다.1. 들풀이 꽃을 피우려면 바람, 햇살, 물이 필요하다. 푸설푸설한 흙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홀로 자취하면서 화분을 몇 개 샀었다. 그중 두 개는 꽃이 화려하게 핀 화분이었는데. 유난히 매혹적이었던 백리향은 일주일 남짓 있다가 꽃이 죄다 져버렸다. 그러다 몇 주가 더 지나면서 풀도 다 말라 사라져버렸다.나머지 화분은 왠만해서는 시들지 않는 선인장 과의 화분이었다. 그 화분도 몇 주 정도 지나면서 꽃이 다 져버렸다. 하지만 선인장 과답게 줄기는 여전히 남아있는데. 그래도 어딘지 늘 허전했다. 처음부터 꽃이 없었다면 모를까, 있던 꽃이 지고 풀만 있으니. 오매불망 다시 꽃이 피기를 바라며 발코니와 거실, 화장실 창가와 방안을 왕복 운반하..
F/W은 알러지성 비염의 시즌이다. 물러설 줄 모르며 기세등등한 콧물과 재채기. 휴지통은 문자 그대로 휴지로 가득찬다. 말간 콧물이 온몸의 진을 빼면 밥을 차려 먹을 힘도 없어 컵라면과 주전부리로 급히 허기만 채우고 만다. 거울을 보니 눈 안쪽까지 빨갛게 부었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걸린 적이 거의 없던 눈병이었는데. 엊그제부터는 두통도 있었다. 누가 왼쪽 두개골에 작은 드라이버를 꽂아 놓고는 몇 초마다 반 바뀌씩 돌리는 것 같았다. 한 번에 확 아픈 것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느껴지는 작은 고통. 그렇게 이삼일 간 지속되니, 모종의 저항할 수 없는 커튼 뒤의 존재로부터 골림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심리적으로도 지쳐갔다. 비염-편두통-건조해지는피부-눈병및각종가려움-안좋은식사-면역력저하-비염. ..
평소 우리가 투박하게 일컬어 신앙이라 부르는 ‘믿음’ 안에 신념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넉넉히 감지하고 있었다. 신앙의 내용이 실은 ‘신념’과 ‘신앙’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신앙이 창조자Creator를 앙모하는 마음이라면, 신념은 창조자의 영역을 넘보는 교만한 인간에 의해 창조된 것creation일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첫번째로는 내 안에서, 그리고 두번째로는 나와 동질성을 갖고 있는 내 밖의 사람들에게서 너무나 흔하게 느낄 수 있는 주제였고, 나는 그것의 구별에 엄격하고 보수적이고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전적 정의로서의 믿음은 신앙과 신념 두 가지를 포괄한다. 그러던 중 우연하고 감사하게도 기독교학 강의를 듣거나 현대신학 문헌을 읽어나가는 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