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W은 알러지성 비염의 시즌이다. 물러설 줄 모르며 기세등등한 콧물과 재채기. 휴지통은 문자 그대로 휴지로 가득찬다. 말간 콧물이 온몸의 진을 빼면 밥을 차려 먹을 힘도 없어 컵라면과 주전부리로 급히 허기만 채우고 만다. 거울을 보니 눈 안쪽까지 빨갛게 부었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걸린 적이 거의 없던 눈병이었는데. 엊그제부터는 두통도 있었다. 누가 왼쪽 두개골에 작은 드라이버를 꽂아 놓고는 몇 초마다 반 바뀌씩 돌리는 것 같았다. 한 번에 확 아픈 것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느껴지는 작은 고통. 그렇게 이삼일 간 지속되니, 모종의 저항할 수 없는 커튼 뒤의 존재로부터 골림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심리적으로도 지쳐갔다. 비염-편두통-건조해지는피부-눈병및각종가려움-안좋은식사-면역력저하-비염. ..
9시 58분. 알라딘 잠실새내역 점에 도착했다. 뛰고 헤메고 지나치기까지 하면서. 마침내 그곳에 입성하기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마감 시간의 당당한 입장의 기세에 두 명의 여직원이 깜짝 놀란다. 그중 배테랑 직원처럼 보이는 한 여직원이 마중 나오듯 다가오며 운을 뗀다. 저희가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다 끝났다는 말을 하려는 줄 알고 포기하려고 했더니. 사시려는 책이 있으면 찾아 준다고 한다. 미리 검색해 두었던 스튜어트 켈스의 와 한길사 대표인 김언호의 을 말씀드렸다. 여직원은 곧바로 검색 피씨 앞에 다가가 능숙한 손길로 검색하더니, 이내 쏜살같이 사라져 더 라이브러리를 먼저 찾아왔다. 나머지 한 권을 찾는 동안 책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해 보고 있으라는 것이다(그 바쁜 와중에도 한 번에 두..
가을 기운에 스산하니까 더 외로운데 ㅠ 살려주세요. 저는 카페에서는 거의 벙어리처럼 구경만 했는데도 피곤이 몰려와서 곯아떨어졌어요. (지인에게 보낸 카톡) 외로움이 너무 밀려왔다. 사역일지 전도사로서 정식 계약하고 ’출범‘한 것은 아니니까 전도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도사가 아닌 것도 아닌 채 그렇게 서울의 한 개척 교회에서 작고 작은 둥지를 튼 지 7개월 여가 흐른 것 같다. 어제 첫/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청년 모임을 했다. 목사님께 건의드려 하게 된 교제 모임이었다. 교회의 특징이나 분위기상 아마 그들과는 전혀 달랐을, 어떤 독특한 경험과 신학적 삶의 궤적을 가진 나로서는 이 모임을 개최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다시 다루기로 한다. 스타벅스 닉네임이 김전도사인지는 ..
https://open.spotify.com/playlist/2OlGHKbcqIju35QIZ4PFq5?si=1_Y4sCqMRZuTNGRSwt7AzA%26pi=a-bQca_UoWRO6_ 아침에 도농역Playlist · Prayeverything · 26 itemsopen.spotify.com 아침이었다. 아침의 냄새였다. 아침의 세상은 이렇구나. 아침은 이렇게 그대로였구나. 내가 밤이었던 동안에도 사랑하던 아침은 그대로였구나. 손끝을 스치며 막차의 꼬리를 끝없이 놓치던 간밤과 달리 아직 너무나 많은 버스들이 남아 있는 아침. 놓치고 놓쳐고 끝없이 기회가 있을 것만 같은 아침. 모든 사람이 분주하게 갈 곳이 있는 아침. 과일향 피부에 반짝이는 발톱 네일을 한 여자들이 피곤한 기운이 남아있는지 약간은 짜증스럽..
찬 물로 샤워를 하고, 국진이빵을 한 입씩 베어문다. 차가운 핸드드립 커피를 들이키고 눕는다. 선풍기가 나의 맨 살을 간지럽히듯 뒤덮고, 라디오에서는 FM영화음악이 흘러나온다. 완벽하다. 내일 설교라는 것만 빼고는. https://open.spotify.com/track/2loAdBnjOUb9B64pbviZ7N?si=joITdf8eRea37wkqmQr6YQ Nocturne in E minor, Op. 72, No. 1Frédéric Chopin, Janusz Olejniczak · Song · 1995open.spotify.com 그리고 좀 쉬다가 일어나서, 얼개만 써놓은 원고를 다듬고 채워넣고 새벽 내 성경 구절과 인용 글귀 등의 감수를 해야 한다는 것만 빼고는. 더할 나위가 없다. 적어도 지금 이 새..
비오는 여름추운 올나잍매끄 도나르도에서 꼬박 밤을 지새웠다.더블 치즈 버거 세트를 먹고. 집에서 내려서 가져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마트에서 산 웨하스를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고. 투비 조회수 이벤트에 참여하고, 알라딘 이북 포인트를 적립하고, 모인 포인트로 어떤 책을 살까를 고민하며 보냈다.새벽 내내 통창 밖으로는 축축한 여름비가 내리고 있었다. 꾸벅꾸벅 졸면서, 밤이 새도록 그러고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잣말로 나지막이 욕을 했다.이해할 수 없이 삶에 일어나는 황당하고 부조리한 일들이 자꾸 생각났다.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옷을 갈아입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몇 번씩 깼다 자다를 반복하다가 완전히 깬 것은 오후 네 시경..박기훈이라는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