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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여름
추운 올나잍
매끄 도나르도에서 꼬박 밤을 지새웠다.
더블 치즈 버거 세트를 먹고. 집에서 내려서 가져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마트에서 산 웨하스를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고. 투비 조회수 이벤트에 참여하고, 알라딘 이북 포인트를 적립하고, 모인 포인트로 어떤 책을 살까를 고민하며 보냈다.
새벽 내내 통창 밖으로는 축축한 여름비가 내리고 있었다. 꾸벅꾸벅 졸면서, 밤이 새도록 그러고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잣말로 나지막이 욕을 했다.
이해할 수 없이 삶에 일어나는 황당하고 부조리한 일들이 자꾸 생각났다.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옷을 갈아입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몇 번씩 깼다 자다를 반복하다가 완전히 깬 것은 오후 네 시경..
박기훈이라는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의 음악들이 BGM이 되었다. 한동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비가 갠 듯 밖이 환하다.
세상에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다른 모든 것은, 너무 힘이 든다.
문학과 신학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잊지 말자.
살아있다.
https://open.spotify.com/track/5BwKXSZstlvbvYSamzhMXR?si=WjkdOAVURMGVsqez8hIqiw&context=spotify%3Aalbum%3A0bOaUFUarwmUUQoZV94WES
“저는 스무살에 꿈처럼 은빛 알루미늄 케이스의 무크 다이어리를 썼었어요. 거기에 하루하루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곤 했어요.
지금 와 보면 하루하루가 꿈 같았어요. 지금은 많은 말을 하고 글을 쓰곤 하지만, 진솔하게 날짜와 요일이 새겨져 있는 다이어리 속지에 그날 그날 무엇을 했는지 볼펜으로 꾹꾹 눌러쓰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아요. 그때와 같이 살아있지 않아요. 삶도. 글도.
뭘 잘 해 보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이제 아무것도 안달하며 살고 싶지 않아요. 그냥, 무크 다이어리가 그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