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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피
2024년 6월 28일 이 글에서는 어떤 염세적인 캐릭터가 많이 드러납니다. 자물쇠로 굳게 잠근 일기장에만 쓸 법한 글이 담겨 있습니다. 글쓴이에 대해 좋은 이미지만 갖고 싶은 분들은 여기서 멈춰주세요. 하지만 대단한 자물쇠 일기는 아니에요. 흑화된 오리피. 절망의 라이터. 가 살짝. 아주 살짝 비치는 정도로. 하늘거리는 암막 커튼 사이로. 케이스 1 고등학교 때는 한 친구가 그랬다. '솔직히 **이 노래 잘하는 것 빼고 별 것 없지.' 사실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뒷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들 두 명 중 한 명이, 4 분단에서 낄낄거리며 친구의 입을 막았는데. 입을 막힌 친구가 손을 뿌리치며 **아 - 하면서 나한테 이른 것이다. 좋은 친구들이었는데. 아주 마음을 통하는 친구들은 또 아니었고,..
1 오늘의 수면 시간은 11시간 정도. 무인 카페에서 두 시간 남짓, 집에 들어와서 여덟 시간 남짓. 두어 시간이나 됐을까. 선잠의 선상만을 들락날락거리던 어제의 수면에 대한 보상 작용이었다. 저 여기 들어갈게요. 집에 다 와서, 나는 갑자기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밤 열한 시 즈음이었다. 굳이 백 미터 앞의 집을 놔두고, 골목의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작은 무인 카페에서 마음과 몸을 쉬고 싶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활기를 안고 들어갔지만 이내 추풍낙엽처럼 널부러졌다. 강력한 에어콘 바람에 자켓 깃을 저미며 노트북이 떨어지지 않도록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엎드려 자다가, 도대체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깨달음이 올 즈음 나만큼 카페 단수가 높아보이는 젊은 여자를 혼자 두고 집으로 도망쳤다. 나보다 먼저 들어와..
힘들었던 순간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옛날에.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누군가와 헤어진 지 이제 몇 달 차가 되었던 어느 새벽. 그날들은, 왜 그랬는지. 그 사람과 자주 만나던 동네를 어물쩡거리다가 이제 집에 지하철을 타려면 발걸음을 서둘러야 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였다. 하지만 어쩌다 막차도 놓치고, 버스도 놓쳤다. 남은 건 새벽 심야 버스 뿐이었는데, 왜인지 그냥 새벽을 그 지역에서 새고 동이 트면 지하철을 타고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야 버스가 너무 많은 정거장을 거쳐가야 했기에 힘든 버스에 몸을 싣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날은 그냥 좀 여유를 갖고 카페 같은 곳에서 쉬다가 집에 가고 싶었던 것 같다. 기억나는 것은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