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피
두려움과 슬픔과 안심의 트라이앵글 변증법 본문
까만 밤 옥상에 올라 갈 때 자동반응 등이 없는 새까만 불편함이 달콤하다. 집을 나갈 때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서 좁은 마당의 미세한 내리막길을 따라 대문까지 이동하는 장난스러움이 눈물나게 달콤하다.
그대로 있는 스물의 동네 서점이 눈물나게 고맙다.
십 년 된 노트북의 긁힘의 흔적과 입안의 혀 같은 키감.
날이 잘 들지 않아 여러 번 피부 위를 왔다갔다 긁어야 하는 면도기.
나는 살아있나, 이제 더 이상 하숙집 마당은 아니지만 일부러 한겨울 수도꼭지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는 혈압을 느끼며 어푸어푸 찬물로 머리를 감는다.
잘 들지 않는 식칼.
잃어버린 세미와 줄리.
사십 년째 계속 찾아오는 주일 아침.
아침 일찍 혼자 찾는 동네 스타벅스.
고요함.
탁- 한번 쓰면 고칠 수 없는 타자기.
나는 다 포용한다.
끝내 다 끌어안고 만다.
쫓기고 쫓는.
두려워하고 슬퍼하는.
그처럼 고요한 날들이 두려울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정말 모르겠어요.
아직 모르겠어요.
도망가고 싶어요.
행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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