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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피
까만 밤 옥상에 올라 갈 때 자동반응 등이 없는 새까만 불편함이 달콤하다. 집을 나갈 때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서 좁은 마당의 미세한 내리막길을 따라 대문까지 이동하는 장난스러움이 눈물나게 달콤하다. 그대로 있는 스물의 동네 서점이 눈물나게 고맙다.십 년 된 노트북의 긁힘의 흔적과 입안의 혀 같은 키감. 날이 잘 들지 않아 여러 번 피부 위를 왔다갔다 긁어야 하는 면도기. 나는 살아있나, 이제 더 이상 하숙집 마당은 아니지만 일부러 한겨울 수도꼭지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는 혈압을 느끼며 어푸어푸 찬물로 머리를 감는다. 잘 들지 않는 식칼. 잃어버린 세미와 줄리. 사십 년째 계속 찾아오는 주일 아침. 아침 일찍 혼자 찾는 동네 스타벅스.고요함.탁- 한번 쓰면 고칠 수 없는 타자기.나는 다 포용한다.끝내 다 끌..
제시가 무대 위로 올라온다.방백죽고 싶어. 죽고 싶어. 그런데 죽고만 싶지는 않아. 살고도 싶어. 무대가 바뀌고, 제시와 블론드가 스타벅스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제시: 사실 나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는데. 정말 나는 가만히 있었고, 유일하게 생각한 것은 하루하루 정말 살지 말지만 고민이 되었는데. 그 사람이 불현듯 나타나 득달같이 다가와서 이 사달이 난 거예요. 정말 인생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블론드: 음.. 제 생각에는 우연히 걸린 것 같지는 않아요. 한 명만 걸려라, 한 명만 걸려라. 그러고 있다가 걸린 것 같아요. 무의식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인지하지는 못하셨겠지만. 그게 누구였어도 아마 힘들 때 옆에 있었던 사람한테는 이렇게 빠져드셨을 거예요. 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