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무더운 날이었다. 더욱이 열일곱, 뜨거운 날들의 여름은 더 무더웠을 것이다. 기억이 나는 건 온몸의 수분과 독이 다 땀으로 나오고,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뜨거웠던 몸과, 반팔 티. 그리고 차갑고 고소했던 냉면. 그날 나는 친구들과 학교에서 죽을 듯이 농구를 했다. 태양과 헥헥거림. 땀과 기분 좋은 탈진. 여름. 그것들과의 대비로써 조그만집의 냉면은 천국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갔는지, 버스를 타고 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하철로는 한 번을 갈아타서 총 세 정거장이고, 버스로 가도 이십 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있는 분식집이었다. 그날 이전까지 나는 그곳을 전혀 몰랐다. 같이 농구한 친구들 중 누군가 가자고 해서 따라간 것이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이름처럼 작은 분식집이었다. 이렇게 작은 분..
뜬금없이 시작하기 글 속으로 뛰어들기에 적절한 곳, 안전한 곳은 없다. 로저 로젠블랫은 글쓰기 수업에서 강의하다 뜬금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학생들은 정신 나간 사람을 보듯 그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는 다시 한번 그 노래를 부른 다음, 머릿속에서 "평생 들어온 이 지긋지긋한 축하곡"이 울리는 가운데 글을 시작해 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그가 또 한 번 노래를 부르면 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 그러나 출발점이 언제나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언제나 입구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옆문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 애비게일 토머스 '작가의 시작', 바버라 애버크롬비 7페이지. Joseph Banowetz가 연주한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를 듣는다. 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