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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집

newwing 2024. 6. 18. 17:07


오늘처럼 무더운 날이었다. 더욱이 열일곱, 뜨거운 날들의 여름은 더 무더웠을 것이다.
기억이 나는 건 온몸의 수분과 독이 다 땀으로 나오고,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뜨거웠던 몸과, 반팔 티. 그리고 차갑고 고소했던 냉면.

그날 나는 친구들과 학교에서 죽을 듯이 농구를 했다.  
태양과 헥헥거림. 땀과 기분 좋은 탈진. 여름. 그것들과의 대비로써 조그만집의 냉면은 천국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갔는지, 버스를 타고 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하철로는 한 번을 갈아타서 총 세 정거장이고, 버스로 가도 이십 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있는 분식집이었다. 그날 이전까지 나는 그곳을 전혀 몰랐다. 같이 농구한 친구들 중 누군가 가자고 해서 따라간 것이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이름처럼 작은 분식집이었다. 이렇게 작은 분식집의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까- 그 집에 대한 첫인상은 실망스러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좁은 홀 안에 있던 비좁은 테이블에 앉아서 친구의 리드를 따라 주문을 하고, 얼마 후 나왔던 물냉면. 큰 그릇에 가득 담긴 고소한 육수. 참깨. 쫄깃한 면. 육수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고 싶을 정도의 달큼한 감칠맛. 실망스러움은 놀라움으로, 이어서 감동과 환희로 귀결되었다.

조그만집 냉면의 차별점은 무엇보다 지나칠 만큼 풍부한 고소함이었다. 특제 비법 참기름을 넣은 것인지, 그렇게 고소한 물냉면을 먹어본 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이렇게 세월이 오래 지나고도 그 한 그릇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게 될 줄 몰랐다. 알았다면 나는, 혼자라도, 적어도 한 서른 번 정도는 조그만집에 갔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인생이 자기 마음처럼 살 수 없는 것인지. 그 냉면은 내 생에서 마지막이었다. 조금 전에 찾아보니, 이제 조그만집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

그날따라 우리는 몸이 탈진될 정도로 먼지를 일으키며 학교의 농구장 흙바닥을 뛰어다녔고, 그 지침의 느낌으로 들이켰던 물냉면과, 그렇게 달콤하게 지친 채의 아련한 몸을 이끌고 씻지도 않고 그대로 차가운 옥탑방에 올라와서 드러누워 쉬웠던 그 여름날의 토요일 오후. 그날의 달콤함을, 이렇게 비련하게 그리워하는. 그 조그만집의 고등학생의 무력한 여름이다.




to myself. 힘을 좀 내봐 이 스포츠머리 고등학생아. 조그만집 냉면 육수처럼 세상에, 이렇게 자그맣게 맛있는 것들과 자그맣게 즐거워 살 만한 순간이 왜 없겠어. 그러니까 자그맣게 자그맣게, 하나씩 하나씩 일어나 봐. 멍충아. 다 괜찮아. 그만 좀 두려워해… 일어나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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