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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좋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석규 주연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배)를 보며 궁금해졌다. 연기에 대한 전공 지식이 전무한 내가 전문가의 식견에서 어떤 연기가 좋은 것인지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친배 속 남자 경장(프로파일러인 한석규의 소속 수사팀원으로, 한예리와 한 팀이었던 역할)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했다.
참 재미있다
그의 연기는 한마디로 참 재미있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다 좋았다. 그럼에도 유독 나의 눈에 남자 경장 역이 남은 것은 그의 역할이 유난히 살아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한 역도 빠짐없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연기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해진 연기의 틀 안에서 이뤄지며 흘러갔다. 캐릭터의 흐름과 변화 같은 것이 예상이 되는 지점도 있었다.
남자 경장 역은 못 보던 배우여서 마스크 자체가 신선했다. 무엇보다 그는 예상되는 연기의 트랙을 벗어나 있었다. 마스크도 연기도, 의외성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연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캐릭터의 인간성이 살아있으면이 이토록 재미있을 수 있구나. 인간성이 생생히 살아있는 느낌이란 너무 신선한 것이었다.
인간성은 지극히 인간적인 개성과 성격, 인격의 빛과 그늘 같은 것인데, 스크린이 아닌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조차 인간성이 살아있으면 인상에 깊이 남게 된다. 도시의 사람들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개성이 마모되어 있다. 독특하고 고유한 인간성이 느껴지는 사람이 정말 흔하지 않다. 그런 이유로 도시에서 인간적인 사람을 보면 한 번 더 보게 된다.
좋은 연기란 인물이 살아있게 느껴지도록, 그것을 보면서 내가 살고 싶어지도록 하는 연기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모종의 배우의 연기를 통해 내가 글로 써서 새겨 놓고 싶었던 것은.. 또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것이었나 보다.
한편 내가 인간성이 너무 그리웠나 보다. 예전엔 이상한 아저씨들도 많았는데. 인간성이 너무 짙어서 무서웠는데. 펄프픽션의 여주인공처럼 일자 앞머리를 하고 담배를 피는 여자애도 무섭고(무서우면서 치명적으로 매력있고..), 중삼 때부터 립스틱 바르고 재털이에 침뱉고. 다들 눈빛이 살아있었는데. 사람마다 각자의 인간성이 짙었는데.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흔한 말 대신, 대신 좀 더 구체적인 묘사를 하고 싶었다. 그것의 느낌을 파고들어가 보고 싶었다. 글로 자세히 묘사해 나가면서, 내가 느낀 재미와 설렘의 실체를 파헤쳐보고 싶었다.
그 배우는 중심을 시청자나 상대 배우에게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인물에 대한 자기 해석과 이해를 꼭 붙들고 자기 중심적으로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확신과 고집이 있어 보였다. 낯선 캐릭터였다. 오밀조밀하고 섬세하게 조곤조곤 말하는데, 소리치는
것보다 대사다 더 크게 들렸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보는 이가 스크린 안으로 끌려 들어가게 하는, 구심력이 강한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우선은 여기까지만. 요즘 글쓰기에 집중이 잘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