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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피
그 사람 어떤 사람이에요?괜찮은 사람이에요. 주변 사람들 품평도 좋고, 성품도 바르고, 사람이 선해요. 열심히 살고, 자기가 한 말은 잘 지킬 줄 알고, 학교는 어디를 나왔다더라…” 항상 진정한 것에 목말라 해왔다. 그런데 정작 진정한 것을 바라보는 방법을 잘 몰랐다. 나 스스로 하는 자신에 대한 평가도, 또 내가 어떤 일에 접근하는 방식도,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도, 거의 형식에 치우친 방식들이었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 사람들은 주로 외연적인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듯 말한다. 그렇게 말하게 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것은 ‘한계’와 ‘두려움’ 때문이다. 먼저 한계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간단히 말해 이해의 한계다. 이해의 한계 안에는 ‘인지’의 한계, ‘해석’의 ..
시간은 또 다시 아홉 시 반. 써야 하는 쿠폰들의 압박이 다가오는 시간대였다. 늘 이런 식이었다. 유효기간이 오늘까지인 쿠폰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시간을 보면 늘 이십 분, 삼십 분이 남아 있었다. 하루종일 다른 일로 바쁘거나 한가하게 있다가 어둑한 밤에 퍼뜩 생각이 나서 준비하고 내달려 숨가쁘게 도착하면 문을 닫기 일 분 전 이 분 전, 또는 문을 닫고 난 일 분 후, 이 분 후였다.오늘도 어김없이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남아있는 시간은 숨가쁘게만 느껴졌다. 가야 할 매장들의 마감 시간까지는 삼십 분이 남았는데 나는 씻지도 않았다. 물론 외출복도 입지 않았고, 그에 비해 산적해 있는 쿠폰과 포인트는 버거웠다. 스타벅스 음료 쿠폰 두 개와 복수의 계정에 약간의(정말 약간의- 이 부분은 강박의 영역..
포장마차 떡볶이집에서 튀김과 오뎅을 먹었고, 햄버거 가게에서 찬 콜라와 함께 감자 튀김과 새우 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다시 내달려 카페로 향했다.사인석 쇼파 자리에 자리를 잡고는, 다리를 꼬고 앉아 눈을 감았다. 신해철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했다. 그랬지.. 그랬지.. 그 애가 아이리쉬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나는 오늘처럼 찬 공기를 가르고 실내화를 신고 달려가 그 애를 만나기 전 남자 화장실에서 떨면서 외모를 점검하고 있었지.문득 눈을 뜨니 한 아줌마가 바로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계셨다. 내 앞에 놓인 테이블은 놓여있는 음료 한 잔 없이 깨끗했고, 나는 덩그러니 사인석 쇼파의 복도쪽 자리에 혼자 앉아 있었다. 바리스타 바에서는 브류잉 머신을 새로 세팅중이라 이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