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티를 마시며 조용히(quietly) 축하하려고 해요.” * 이 글은 에너지가 부족해서 쓰다가 말았어요 ㅠ 수일 내로 이어 써 볼게요. 1. 한강 작가의 ‘흰’을 가방에 넣고 맥도날드에 왔다. 작가의 책들이 몇 권 내게도 있다. 하지만 어딘가에 파묻혀 있어 도저히 찾아 읽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화장대에 앉아 눈으로 한 바퀴 쓱 돌아보고 안 보이면 포기할 생각이었다. 안경을 쓰고 왼쪽에서부터 돌아보려는데 놀랍게도 바로 정면 책장에 보란 듯이 꼽여 있는 그녀의 책이 보였다. 아마도 유일할 그녀의 하얀 책, 흰이었다. 노란 맥도날드에 앉아 흰을 펼쳐보았다. 첫 페이지가 이렇게 시작한다.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한 칸 띄고, 세로..
가을이다. 글쓰기가 참 어렵다. 중의적인 표현인데. 분주한 시간 속에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 자체도 너무 어렵고,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글을 쓰는 일은 사람을 만나는 일과 같다. 약속을 잡고 만나기도 어렵고, 만나서 그의 속으로 들어가기도 어렵다. 다정하게 마주 앉아 서로 오늘의 감정을 긁어내기도, 영혼의 무늬를 더듬어가며 그것의 핵심을 짚어내는 일도 어렵다. . 이천이십사 년 가을 시월 십오 일 한 시 이 분. 지금 이 순간을 또박또박 새겨본다. 이렇게 발화하는 동안도 시간은 사라진다. 아끼는 컵 받침이 깨졌다. 전자기기 안의 긴 화면이 유혹한다. 가짜들은 나에게서 진짜가 아니라 하나도 의미 없는 호기심이나 욕망만을 끄집어 내려고 한다. 어렸을 적 티브이 화면은 따듯하게 옆으로 뉘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