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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글쓰기가 참 어렵다.
중의적인 표현인데. 분주한 시간 속에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 자체도 너무 어렵고,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글을 쓰는 일은 사람을 만나는 일과 같다.
약속을 잡고 만나기도 어렵고, 만나서 그의 속으로 들어가기도 어렵다. 다정하게 마주 앉아 서로 오늘의 감정을 긁어내기도, 영혼의 무늬를 더듬어가며 그것의 핵심을 짚어내는 일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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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이십사 년 가을 시월 십오 일 한 시 이 분.
지금 이 순간을 또박또박 새겨본다. 이렇게 발화하는 동안도 시간은 사라진다. 아끼는 컵 받침이 깨졌다. 전자기기 안의 긴 화면이 유혹한다. 가짜들은 나에게서 진짜가 아니라 하나도 의미 없는 호기심이나 욕망만을 끄집어 내려고 한다. 어렸을 적 티브이 화면은 따듯하게 옆으로 뉘인 것이었는데. 화면은 차갑게 길어지고 호흡은 짧아지고 인간성은 희미해졌다.

빛처럼 반짝이는 시간이다.
흘러가는 시간에 물질과 욕망을 팔아넘기는 일을 얼마나 더 해야 나는 철이 들까. 광활함과 설렘을 마주하며 바다 같은 나의 영혼 속에서 진주 광석을 캐내며 살고 싶었다.

어떻게 어떻게, 소중한 시간들을 흘려 보내고 다시 쓴다.
한번 의자에 앉기가 이렇게 어렵다. 한번 의자에 앉으면 일어나지 말고 써야 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도 노트북으로 연결해서 음악을 듣고, 충전해 놓은 폰은 잊어야 한다.

글쓰기도 그렇지만 모든 것이 그렇다. 아주 작은 것도 다 결심을 해야 할 수 있다. 이땅에서의 생은 한정되어 있고 짧다. 나의 삶에 중요한 것을 정하고, 내 생이 갈 곳을 정해야 한다. 한번 중요한 것과, 나에게 중요한 사람과 마주했으면 그것은 드물고 특별한 축복이다. 그럴 때는 스스로 결박해야 한다. 그것에 자신을 스스로 감금하고 집중하며 헌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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