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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daily writing

newwing 2024. 6. 5. 22:32

2020.6.21.





#1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되는지 말해주겠니. 그거야 네가 어디 가고 싶으냐에 따라 다르지. 어디든 별로 상관없는데. 그럼 어디로 가든 상관없겠네. 어딘가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그렇지. 아, 멀리 걸어가기만 하면 틀림없이 그렇게 될거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멀리까지 걸어가면 언젠가는 어딘가에 도착할 거야. 확실해.” - 오즈의 마법사 중에서.

#2
어느 여행산문집이 시작되는 빈 페이지에 차례로 쓰인 글이다. 원래 난 목표에 집중했던 사람이었다. 존재보다 기능에 집중했고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여자 친구들과 있으면 아무래도 자잘한 교제의 말들을 주고 받게 되지만, 남자 친구들과 있을 때는 공연히 에너지만 낭비하는 것이 너무 싫어 쓸데 없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 과묵한 남자였다. ‘오랜만이다, 뭐 먹을래, 농구나 하자. 좋아하는 여자애 있냐? 사진 줘봐. 못 생겼네.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 아마 이정도 수준의 어휘가 언제나 내가 모든 친구들에게 했던 말의 거의 전부였을 것이다.

#3
“Doing이 아니라 Being이 중요한 것입니다.” 좋아하는 선교사님으로부터였나, 학교에서였나, 책에서였나, 그 모두에서였나, 아무튼 위의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와닿은 뒤로 서서히 바뀌어갔던 같다. go와 do가 be를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 또 어느 경우엔 그러한 법칙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즈음은 궁극적으로 더욱 더 짙게 그 반대의 생각에 빠져있다.

#4
누구나 자신의 영혼의 고향을 찾아간다. 연애를 하고, 배우자를 만나고, 일을 하고, 여행을 가는 일체의 일이 나는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5
철학 전공자가 플라토닉 러브에 관해 짧은 특강을 하던 중에 나온 이야기다(아마도 그리스 신화, 특히 플라톤의 글을 인용했을 것이리라 짐작된다). 원래 사람은 세 종류였다고 한다. 남자와 남자가 몸이 붙어있는 경우, 여자와 여자가 몸이 붙어있는 경우, 그리고 남녀가 몸이 붙어있는 경우. 처음의 인간은 원래 그러한 상태에 있다가 분리되었단다. 우리의 육체적 욕망은 서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성에게 육체적 욕망을 느끼는 에로스적 감정은 더욱 온전해지기를 추구하는 것이었단다.

#6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된다. 이제 이만큼 했으면 한 챕터는 정리하고 맺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정리해야겠다. 사람과 일과 존재. 그리고 좋아하는 과자 목록까지. 이제 수렴하고 정리해 수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