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갈등의 숲에서

newwing 2024. 5. 31. 07:28


이전에 썼던 글을 티스토리에 좀 옮고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2022. 02. 19. 브런치.)




발톱을 한동안 좀 오래 안 잘랐더니 발톱 끝이 살 안 쪽으로 파고 들었다. 두껍고 몽톡한 발톱이 손톱깍이로 자르기도 어려울 만큼 구석까지 파고 들었다.

아팠다. 너무 오래 자르지 않았다. 문제가 되어 버렸다. 난해한 문제.



문제에 대해, 아니 문제 자체가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문제는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프레임이었다. 문제를 문제시하지 않고 당연히 여기며, 그것을 이해해야 겠다는 관점을 가지면 어떨까. 스스로, 자신에게 설득하고 싶어졌다.

웰컴 투 earth. 갈등의 숲에서 살아가는 것은 모든 지구인의 숙명이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만 아무 말썽도 없을 것이다. 지구는 미세먼지와 오해와 갈등으로 가득한 곳이다. 지표면 위는 갈등으로 충만하다. 내가 이 갈등의 랜드에 살면서, 갈등으로 갈등하고 부화뇌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인으로써 트러블을 경험하고,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지연스럽다. 내가 지구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성숙해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도 언제까지 같은 모습이라면 그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늘 갈등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판단하고 분노하고 관계를 끊고 세상과, 사람과, 단절되는 것까지, 언제까지나 그러한 경향을 한결같이 보이는 것까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문제와 갈등에서 거리를 두고 쉬는 것도 좋다. 여행을 가도 좋고 늘어지게 자도 좋고 놀아도 좋다. 하지만 결국은 사랑해야 할 것이다. 어디로 가도, 어느 길로 가도 사랑해야 할 것이다. 모든 지구인은 사랑을 만나야 한다. 문제의 숲을 헤치고, 사랑의 세계에 닿아야 한다.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후우... 숨 쉬어야 한다. 뱃속 깊이 산소를 들이 마시며, 깊이 숨 쉬어야 한다. 심호흡은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으로 호흡해야 한다.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있는 것이다. 사랑인 것이다. 사람인 것이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는 것처럼, 봄이 오면 만물이 자라나고 꽃이 피는 것처럼 나의 인격도 자라나고 꽃을 피워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침묵하고 관찰하며 덮어주고 사랑해야 한다. 숨 쉬고 먹고 사랑해야 한다. 뛰고, 쉬고, 읽고, 쓰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눈 감아주고, 꼭 안아주고, 사랑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성취의 높이가 아니라 사랑의 넓이로 이야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뿌리에서 꽃까지 닿기가, 얇디 얇은 나뭇가지를 지나 결실까지 닿기가 어디 그렇게 쉬운가. 그 일이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는 한다. 오늘은 커피. 우선 커피. 오늘은 커피를 마시자. 한 순간이라도 차분히 혼자 커피를 마시자. 한번, 부담없이 편안하게 사랑의 궁리를 해보자. 어쨌든 모든 것은, 사랑의 궁리. 안 되겠으면 여행을 가고. 한번 더 멀리, 사랑의 날개짓.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하늘 길을 찾아서. 의무로 하지는 말자. 쫓기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