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침이었다

newwing 2024. 9. 14.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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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도농역

Playlist · Prayeverything · 26 i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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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었다. 아침의 냄새였다. 아침의 세상은 이렇구나. 아침은 이렇게 그대로였구나.
내가 밤이었던 동안에도 사랑하던 아침은 그대로였구나.


손끝을 스치며 막차의 꼬리를 끝없이 놓치던 간밤과 달리 아직 너무나 많은 버스들이 남아 있는 아침.
놓치고 놓쳐고 끝없이 기회가 있을 것만 같은 아침.
모든 사람이 분주하게 갈 곳이 있는 아침.
과일향 피부에 반짝이는 발톱 네일을 한 여자들이 피곤한 기운이 남아있는지 약간은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한 손으로 커다란 스마트폰을 붙들고 바라보는 아침.


고름과 피.
여기저기 뜯어서 검은 딱지가 생겨버린 턱과 입 주변의 피부들.
온몸이 간지러웠다.


교수님 두 분을 만나고
초등학생과 농구를 하며 놀아주고
막차를 놓쳤다.

아침에 도농역.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의 습기.
큰 가슴과 시무룩한 표정의 젊은 여자.


플리에서는 베토벤 소나타 12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길가에 있던 교회나, 베트남에서 볼 수 있었던 독특한 레트로 양식의 학교 건물.
교복.
Jan sport 가방.

축축한 새벽에 우연히 들어간 24시간 음식점에서 밥을 두 그릇씩 먹었던 콩나물 국밥이나,
무인카페에서 엎드려서 지새웠던 밤이 무색했다.
아침이었다.


주보를 나눠주며 땡땡교회 목사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라고 말하는 이대팔 가르마의 건장한 중년의 목사.
그리고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바쁘게 걸어나가는 작장인들.
일본의 어느 중소 도시의 거리 같았다.

신호등이 바뀌자 연어떼처럼 나를 거슬러 일제히 학교를 향해 걸어 올라가는 남여 고등학생들.
전철역의 오뎅 국물 냄새.
은은하고도 짙게 베어나오는 열차 안의 바닐라향 향수 냄새.


기름진 머리.
온몸이 간지러웠다.

힐송의 here i am to worship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살아있다는 감각. 생기. 열의.
러쉬 lust 향수 냄새.




도농역 화장실에서 바라본 역앞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