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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숨, 푸우-

newwing 2024. 7. 1. 14:58



1

오늘의 수면 시간은 11시간 정도.
무인 카페에서 두 시간 남짓, 집에 들어와서 여덟 시간 남짓.
두어 시간이나 됐을까. 선잠의 선상만을 들락날락거리던 어제의 수면에 대한 보상 작용이었다.

저 여기 들어갈게요.
집에 다 와서, 나는 갑자기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밤 열한 시 즈음이었다. 굳이 백 미터 앞의 집을 놔두고, 골목의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작은 무인 카페에서 마음과 몸을 쉬고 싶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활기를 안고 들어갔지만 이내 추풍낙엽처럼 널부러졌다. 강력한 에어콘 바람에 자켓 깃을 저미며 노트북이 떨어지지 않도록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엎드려 자다가, 도대체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깨달음이 올 즈음 나만큼 카페 단수가 높아보이는 젊은 여자를 혼자 두고 집으로 도망쳤다. 나보다 먼저 들어와 있던 여자는 모자를 눌러 쓰고 끊임 없이 초코릿 류의 간식들을 펼쳐 놓고 먹으면서, 노트북을 하며 새벽을 즐기고 있었다.


2
어제는, 아니 어제도 엄마가 꿈에 나왔다.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엄마.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손에는 기다란 식물을 들고 웃으며 어떤 의식을 하고 있었다.

꿈에도 프레임이 있는지, 식물의 끝은 잘려 보여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너무 낯설고 당황스러운 엄마의 모습에 나는 누군가에게-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마치 이 꿈의 감독자 같은 존재에게-, 무슨 일이길래 웨딩드레스까지 입는 거냐고 따지듯 물었다.

행사 매니저, 또는 꿈의 관리자는 편의점 점주 응원 행사나 개점식- 정확한 답변의 내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과 같은 행사를 한다는 엉뚱한 말을 했다. 나는 엄마가 편의점을 안 한다고 말했다. 감독자는 내게 다시, ‘몰랐느냐? 엄마가 편의점을 운영하신다.‘고 말했다.
나는 그제서야 주변을 돌아봤는데, 그곳은 꽤 넓은 잔디밭 평야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팀 버튼 영화의 미장센처럼 횡하고 넓게 펼쳐진 잔디밭뿐이었다. 엄마 외에 궁금하지 않은 것은 시계에서 다 소거시킨 것인지,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또는 기억이 소거시킨 것일 수도 있다(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그런데 편의점 업무 응원 행사 같은데서 왜 웨딩드레스를 입는지, 여전히 모든 것이 의혹 투성이었다. 아니면 혹 신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꿈이었는지. 그런 대목부터는 하나님의 관할이다.


3
어제는 잘 하려고 애썼지만, 필연이나 우연의 작고 작은 연속들로 내 앞의 일들을 그르쳤다. 포부는 나폴레옹보다도 컸을 나는 기본의 기본도 감당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한 마디 말씀을 들었다. 일보다 어떤 존재의 기댐으로서 다가갔던 터라, 별 수 없이 그런 순간들은 나의 삶의 상과는 다른 이물감을 일으켰다.

하지만 안 아픈 엉덩이 주사처럼 약간만 따끔했다. 존재로서 다가간 마음이었던 것 때문에 괜찮았다. 존재성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웠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투명하고 진실한 것. 정직한 것은 이렇게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확인한, 수도 없는 경험들 속에 쏙 들어가 다시 한 번 수납될 수 있을 뿐이었다.

애씀. 애썼다는 것은 마음의 차원에 대한 표현이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은 마음의 애씀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 하려고 노력하기 위해 노력하기 위한 애를 썼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들은 의지와 상상의 애씀에서 머무르고 말았다. 그런 연유에서 어떤 슬픈 사필귀정과도 같은 삶의 현상이 벌어졌다고 해야겠다.


4
괜찮은 것 같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나는 하루종일 사람들과 만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대화하며 번민과 피로와 갈등 속에서 시달렸다. 나는 사람들고 함께 있으며 어떤 경험을 하는 과정들을 틀림없이 즐긴다. 의미를 길어내고 끝없이 생각하고 감상하며 독백하면서, 퇴적층으로 쌓이는 언어들을 축적한다.

‘약간’과 ’격렬히‘ 사이 어딘가의 내향형을 오고가는 나는, 그런 과정을 힘에 부쳐하기도 한다. 어제는 밤에 이르를수록 그랬다. 약간 몽환적으로 들뜬 상태와 피로감이 점진적으로 개기일식되어 갔다. 끝없는 그리움과 애씀의 시간들로 점철되어 갈뿐이었다. 그럴수록 쉴 수 있는 나의 영원한 품이 간절해져 갔다.


5
상처에 연고를 바르듯 꿈은 자꾸만 어떤 의식의 제자리를 찾아 헤멘다. 의식과 무의식은 부조화를 이루며 계속해서 영혼에 어떤 호소를 한다.
나는 계속 칭얼거리며 무언가로 파고들고. 영혼은 그가 머무를 영원한 골목을 찾는다.
영혼의 영원한 골목길.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제법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나의 영원한 골목. 그리워.


6
무의식이나 의식이 자꾸만 끝없이 무언가를 찾고, 들고 있는 블록들을 뒤바꿈하며 성을 짓는 것은 그리움 때문이다. 영원한 그리움 때문이다. 부지런히 블록을 쌓아 성 속에 쏙 들어가서 차디찬 성 바닥에누워 쉬고 싶은 것이다.  


7
한없이 쉬고 싶다. 집과 품. 숨. 푸우.